<소녀 탐정 박해솔>이 재미있었던 이유 3가지
4부에 걸친 <소녀 탐정 박해솔> 시리즈에서는 크게 세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치정에 얽힌 나쁜 사장 살인 사건 , 엄마와 딸의 방화사건, 그리고 나쁜 기획사 사장 살인 사건.
하지만 추리극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참 명제처럼, 드러난 사건 안에는 진짜 범인이, 그리고 진짜 범인 뒷면에는 그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도록 사주한 누군가, 그리고 그 누군가 뒤에는 박해솔 아버지를 죽음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권력의 치부가 도사리고 있다.
벗겨도 벗겨도 또 껍질이 나오는 양파처럼 사건은 이어지고, 이 사건들 속에서 그저 애견샵 알바였던 박해솔은 명탐정 박해솔이었다가, 아버지 죽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녀였다가, 최순경과 사랑인지 우정인지 모를 감정을 쌓아 가는 아가씨로 종횡무진한다.
<소녀 탐정 박해솔>이 재미있었던 것은 어설픈 살인 사건 같았는데, 알고 보니 프로파일러에 의한 심리 조작이라는 복선이 깔려있듯이, 아기자기한 코지 미스터리에서 정치 스릴러까지의 폭과 깊이를 두둑하게 담보해낸 윤수정 작가의 극본에 의거하는 바 크다.
또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극본을 무겁지 않게 애견샵 알바를 하는 소녀인지 아가씨인지 모를 앳된 처녀의 감수성을 놓치지 않고 연출해낸 김상휘 피디의 몫도 크다.
그리고, 보기에도 소녀일까, 이젠 다 자란 성년일까 헛갈리는 남지현의 묘한(?) 연기와, 진짜 어리버리해 보이는 최순경역 김주영, 그리고 그 뒤에서 진중하게 극을 받쳐준 유석원 검사역 이민우가 없었다면, 감칠맛 나는 <소녀탐정 박해솔>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