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上再说。 지끈지끈 머릿속이 쑤시기 시작할 땐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기가 으뜸이다. 누렁이 앞세우고 겨울 논두렁길을 걸어보라. 빈들에 나가보라. 구부정한 논둑길은 아버지의 어깨처럼 편안하다. 모든 걸 내줘버린 들판은 허허롭다. 알곡을 털어낸 볏짚들도 넉장거리로 누워있다. 새들은 그 지푸라기 사이를 헤집으며 낟알을 찾는다. 해질녘 아이 손잡고 동네골목길 한번 어슬렁거려보라. 가슴에 강 같은 평화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골목마다 구수한 된장국에 매콤한 찌개 냄새. 여기저기 개 짖는 소리. 삐이꺽 대문 여닫는 소리.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