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아이를 바라보던 아비가 아이를 가만히 안았다. 아이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 위해 꽉 깨문 입술은 퉁퉁 부어 있었다.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아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익히 알 수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마을에서 추앙받던 무녀였다. 마을은 항상 정확했던 그녀의 점괘 덕분에 수많은 대소사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작 제 죽음에 관해서만은 점괘를 피해가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는 것이 바른 표현일 터였다.
그녀의 죽음은 그녀가 아이를 낳던 날 찾아왔다.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조용히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쳤다. 남편이었던 그는 아내를 잃었고, 마을은 무녀를 잃었다.그를 포함한 모든 마을 사람들은 크게 슬퍼했고, 그리워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사라졌음에 대해 슬퍼했던 그녀의 남편과는 달리, 마을 사람들은 그저 마을의 길흉을 알려주던 점술가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워했을 뿐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엄마의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아이가 점괘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다시금 마을에 점술가를 둘 수 있을 거라며 크게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