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분들 안녕하세요.
밤 10시 40분, 태풍전야네요.
상륙직전이라는데 집안 공기는 아직도 습하네요.
오늘은, 여러가지 소식 전해드리고자 이렇게 글 씁니다.
일단 그대이름은 장미.
개봉은 저도 계속 기다리던 참이었는데,
내년으로 미뤄질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유호정 선배님의 어린시절로 나오기 때문에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지금 소속된 회사와는 8월 끝자락에 계약이 종료됩니다.
7년을 함께 일했던, 저를 발굴해주신 실장님(지금은 대표님)과의 이별입니다.
혹시라도 회사로 팬레터를 보내주시려던 식구분이 계시다면 당분간은 카페 게시물로 부탁드려요.
그리고 티는 잘 안났지만 얼마전부터 건강이 썩 좋지않아 조금 더 휴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게 1년씩 쉬고 이런건 아니지만. 이사 준비도 천천히 하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드라마도 보면서 열심히 쉬고있습니다.
덧붙여 마지막으로 ‘하연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
그림을 십 몇 년을 해오고, 유연수라는 본명을 지녔고 유연수로 사는 삶이 더 길었던 저는 하연수라는 예명을 가지고 있고, (어떤 측면으로는 또다른 자아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연기자가 직업이지만,
연기자는 저에겐 직업, 단지 ‘일’일 뿐입니다.
제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런 저는 이 일에 책임감과 소명을 갖되, 이 일을 하는 제 모습 하나로만 저의 정체성을 단정짓지 않는 사람입니다.
일에 집착하면 피폐해지고, 조금이라도 미끄러지거나 수월하게 일이 풀리지 않으면 자존감도 바닥까지 떨어질거라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는게 나,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 하는게 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너는게 나,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나.
여행에서 우울하고 깊어지고 가벼워지는게 나.
특별하지 않아도 이게 접니다. 저의 잔잔한 자아.
이렇게 자아실현을 하고있습니다.
일과 일상을 확실히 분리시켜야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직업을 택했기 때문에, 더욱 냉철해지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에게만은 냉철함, 가식 없이, 솔직하고싶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대단한 연기자도 아니고 아직은 많은 발전과 경험이 필요한 접니다.
대부분의 연기자가 그렇듯이 선택받아야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의 특성상,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여러분께 하연수라는 존재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조금씩 최선을 다하고 있겠습니다.
하채로움 식구들도 자신만의 자아로 행복하기를.
어떤 모습으로든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