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김범석 기자] 하지원이 반환점을 돈 SBS 주말극 ‘시크릿가든’(극본 김은숙/연출 신우철)으로 드라마 흥행 불패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한 배우가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등으로 지상파 3사 드라마국을 돌아가며 흐뭇하게 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작년 1000만 클럽에 가입한 영화 ‘해운대’의 헤로인 하지원은 스크린에서도 8할 이상의 흥행 타율을 유지하는 유일한 배우다.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역전에 산다’ ‘바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출연작이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겼다. ‘개런티 이상을 해내는 책임감 있는 배우’, ‘관객과의 기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연기자’라는 호칭이 따라붙는 이유다. 하지원의 이 같은 승승장구 비결과 노하우는 뭘까. 노력파, 안정된 연기력의 소유자라는 설명만으로는 왠지 부족해 보인다. ★ 결핍형 친 서민 캐릭터 하지원의 으뜸 성공 요인으로 시나리오와 대본을 고르는 탁월한 선구안을 꼽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할 보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을 선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그건 그만큼 대중들이 자신에게 뭘 기대하는지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다는 말로 치환된다.
돌이켜보면 드라마와 영화에서 외제차를 운전하는 하지원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재벌은 고사하고 2층 양옥집 딸로도 나온 적이 드물다. 하지원은 늘 버스를 타고, 회사에서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결핍형 캐릭터의 대명사였다. 시청자들이 그만큼 몰입하기 쉬운 진입장벽 낮은 배우가 바로 하지원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 이어 이번 ‘시크릿가든’에서도 하지원은 옥탑방에 가까운 허름한 월셋방에 산다. 아예 이번엔 현관 창문에 청테이프까지 덕지덕지 붙어있다.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지 늘 좁은 방을 친구와 나눠 쓰는 설정도 재연된다. 영화로 시선을 돌려도 크게 다르지 않다. ‘1번가의 기적’에선 병든 아버지와 단둘이 철거를 앞둔 판자촌에 사는 복서였고, ‘해운대’에서도 아버지를 잃은 뒤 무허가 술집을 운영하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였다. ‘색즉시공’을 시작으로 하지원과 여러 번 작업한 윤제균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하지원을 대체할 배우는 없다. 이미지와 호감도 면에서 손예진과 비슷한 포지션에 놓여있지만 두 배우의 느낌은 180도 다르다. 손예진은 여성스러운 면에 강점이 있는 반면, 하지원은 톰보이 캐릭터이면서 섹시한 도발적인 눈빛이 있다. 여기에 친 서민 캐릭터까지 갖춰 쓰임새가 많은 배우다.”
★ 안티 없는 무공해 연기자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상대 남자 배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는 데에도 일가견을 발휘한다. ‘다모’에선 이서진을, ‘황진이’에선 장근석을 붐업시킨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하지원이었다. 몇몇 전작 때문에 흥행에 갈증을 느낀 설경구도 ‘해운대’에서 하지원을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유독 영화에서 안 풀린 김명민도 ‘내 사랑 내 곁에’에서 하지원과 공연하며 흥행 배우가 됐다. 박진표 감독은 “아무리 공동 주연이라도 배우들 사이에선 보이지 않게 자신을 더 드러내고 싶은 심리가 있기 마련인데 하지원은 오히려 상대 배우가 더 돋보이게 자신을 낮춘다. 워낙 선한 성품이고 그런 진심이 말하지 않아도 연기에 묻어나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지원은 안티가 거의 없는 무공해 연기자인데다 추문에도 휘말리지 않는 자기 관리에도 철두철미하다. 하지원 소속사 웰메이드 신승훈 대표는 "한 방울의 에너지까지 촬영에 쏟아붓고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먼저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가끔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천성적으로 몸을 쓰는 액션 연기를 좋아하고, 될 때까지 연습하는 악바리 기질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노하우 중 하나다. ‘황진이’ 촬영 당시 집 마당에 줄을 설치해 줄타기를 연습했고, ‘1번가의 기적’ 당시 실제 복서와 펀치를 주고받으며 코뼈가 휜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이런 프로 의식이 자기 안에 있는 도전 의지를 자극하며 조금씩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가수 오스카를 선망하고, 스턴트우먼이라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다가오는 사랑에 고민하지만 비굴하지 않은 길라임에게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간 하지원이 쌓아온 배우로서의 신뢰감 때문일 것이다. 김범석 kbs@new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