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아이를 바라보던 아비가 아이를 가만히 안았다. 아이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 위해 꽉 깨문 입술은 퉁퉁 부어 있었다.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아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익히 알 수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마을에서 추앙받던 무녀였다. 마을은 항상 정확했던 그녀의 점괘 덕분에 수많은 대소사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작 제 죽음에 관해서만은 점괘를 피해가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는 것이 바른 표현일 터였다. 그녀의 죽음은 그녀가 아이를 낳던 날 찾아왔다.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조용히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쳤다. 남편이었던 그는 아내를 잃었고, 마을은 무녀를 잃었다.그를 포함한 모든 마을 사람들은 크게 슬퍼했고, 그리워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사라졌음에 대해 슬퍼했던 그녀의 남편과는 달리, 마을 사람들은 그저 마을의 길흉을 알려주던 점술가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워했을 뿐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엄마의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아이가 점괘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다시금 마을에 점술가를 둘 수 있을 거라며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아이의 예언은 맞지 않았다.처음의 점괘는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히는 등의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점괘에 따라 길을 떠났던 이들은 기껏 해봤자 꽃봉오리나 새파랗게 설익은 열매만을 보고 돌아와야 했었다. 하지만 이런 점괘는 사소했기에, 사람들은 그저 그러려니 했다.그러나 비와 관련되어 있었던 다음 예언은 상황이 달랐다. 가뭄이 심하던 때였다. 마을 사람들은 비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고, 곧 비가 온다는 아이의 점괘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음날이 지나고 또 다음날이 지나도 비는 오지 않았다. 삼일이 넘어가자 마을 주민들은 근처에서 물을 길어오자는 이들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는 이들로 패가 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비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또다시 하루가 지나도 여전히 비는 오지 않았고, 아이의 말을 믿고 기다렸던 이들은 농작물이 모두 메말라 버리는 것으로 대답을 받았다. 비는 그 뒤로도 며칠이 지나서야 내렸다.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해 하면서도 아이의 말을 믿었다. 그렇기에 멧돼지가 마을을 습격할 거란 아이의 점괘에 주민들은 가벽을 세우고 보초를 강화했다. 하지만 아이가 예언한 날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멧돼지는 나타나지 않았다.